알바 플랫폼 안전망 위장 업자에 뚫렸다
입력 : 2023-09-10 21:30:00 수정 : 2023-09-10 22:14:23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스터디카페 알바 미끼 가해 일당
전기통신사업자로 사이트에 가입
개정 법률 정보 제공 장치 무력화
노동부, 관련 사이트 등 점검 착수

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의 구직자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이트 측의 ‘정보제공 안정 조처’가 이뤄졌지만, 제도권 밖 퇴폐업소 위장 가입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스터디카페 위장 구인 성폭력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 역시 이런 제도의 허점을 비집고 발생했다.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직업안정법 시행령이 개정돼 직업정보제공사업자가 구인자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 후 구인 공고를 노출하도록 준수사항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비롯한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사업자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직자에게 구인 공고 등의 활동을 허용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사이트들은 바, 마사지, 노래방, 피부관리 등 불건전 업종에 대해 영업허가증 추가 제출, 공고열람 자격 제한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불건전 업소들의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이들에게 업소 측이 먼저 연락을 취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스터디카페 위장 구인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 남성 30대 A 씨는 최소 수십 명의 구직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면접이 성사되면 ‘키스방’ 등 퇴폐업소 취업을 권했다. A 씨는 구직자의 이력서를 별다른 제제 없이 확인하며 나이, 성별, 사진 등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범죄 대상자를 물색한 셈이다.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해당 키스방이 전기통신사업자로 등록돼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이트에선 국세청에 현행 사업자로 확인되면 기업회원의 구인 활동을 허용하는데, 업종 위장 등록 여부까지는 알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이트 내 구직자 보호책 대부분은 정상적인 등록 과정이 이뤄졌을 때 작동하는 반면, 퇴폐업소 등은 애초에 불법 운영 여지가 많다 보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구직자 보호책의 무력화는 A 씨와 해당 키스방만의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자체의 별다른 점검을 받지 않는 신고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다면 허위 등록이 발각될 일이 없어 업계에선 구인 수법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사이트 측도 구인업체의 범죄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별도로 통보 받지 않는데다 이용자의 신고가 없으면 이 같은 사건 발생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해당 사이트 측은 “AI 검수, 관련 키워드 검수, 전담 검수팀 운영 등 불법·불건전 공고에 대한 검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력서 열람업체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며, 구직자들이 공개된 이력서를 열람한 업체에 대해 신고할 경우 사실 확인 후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위장 사업자등록으로 성매매 알선 등 범행을 벌인 경우에 대해 더욱 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행 직업안정법에서는 성매매 행위를 취업하게 할 목적으로 직업소개, 근로자 모집·공급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거짓 구인광고·구인조건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해당 사이트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이는 등 유사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를 점검했고,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최근 강화된 법망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사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와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지난 7일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두달간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유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경찰은 “성매매는 상시 단속 대상이고, 상하반기 각각 특별단속 기간을 둬 정기적으로 단속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성매매에 해당한다면 특정 업종에 관계 없이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